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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보다 병원비가 더 겁나 바느질실로 상처 직접 꿰매"  



2004 한국, 한 50代 가장의 기막힌 현실

불황에 일거리 끊겨 무료급식으로 생계
상처 안낫고 덧나자 결국 극빈자병원에


[조선일보 최규민 기자]
찬비가 쏟아지던 10일 오후, 극빈자 무료 진료소인 영등포 ‘요셉 의원’에 환자 한 명이 찾아왔다. 오른쪽 눈썹 위에 파스를 붙이고 모자를 푹 눌러쓴 곽상순(郭相淳·57)씨였다. 곽씨는 “집에서 넘어져 조금 찢어졌다”고 말했다.

상처를 열어본 선우경식(鮮于景植·59) 원장은 깜짝 놀랐다. 길이 5∼6㎝쯤 되는 상처가 가정용 면사(綿絲)로 아무렇게나 꿰매져 있었다. 상처에선 고름이 흘러나오고, 서툴게 봉합한 곳이 터져 여러 차례 덧꿰맨 흔적이 남아 있었다. 선우 원장이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짓을 한거냐”고 따져 묻자, “내가 집에서 거울을 보고 혼자 꿰맸다”고 말했다.

곽씨가 사고를 당한 것은 일요일인 지난 7일 오후 3시쯤. 아내가 출근하고 집에 혼자 남아 빨래를 널기 위해 좁은 계단을 오르다 미끄러졌다. 계단 모서리에 이마를 부딪혀 오른쪽 눈썹 위가 찢어지면서 피가 반 공기쯤 쏟아졌다.

그 때 육체의 고통으로 인한 공포보다 병원비에 대한 공포가 먼저 그를 사로잡았다. 병원 응급실을 찾는 대신, 곽씨는 안방에서 면도칼과 바늘, 실을 찾아냈다. 그는 너덜너덜해진 살을 도려낸 뒤, 생살을 더듬거리며 스스로 여섯 바늘을 꿰맨 뒤 상처 위에 파스를 붙였다.

“우리 집사람이 손등에 조그만 상처를 입고 갔을 때 8만원을 냈거든요. 내가 관절염 치료를 받으러 갔을 때는 침 한방에 물리치료만 조금 받고 12만원을 낸 적도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병원에 갑니까?” 상처가 아물길 기다렸지만 면사가 녹는 바람에 상처가 자꾸 터졌다. 이틀 동안 두 번이나 터진 부위를 다시 꿰맸는데도 고름만 줄줄 나오자 곽씨는 요셉의원을 찾았다.

3년 전 더 많은 일자리와 더 나은 보수를 찾아 고향 대구를 떠나 아내와 함께 상경할 때만 해도, 그는 자신이 이런 처지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두 아들을 대구에 남겨둔 채 용산구 후암동에 있는 8평짜리 쪽방에 터를 잡은 부부는 밥과 김치로 끼니를 때우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곽씨는 노동판에서, 아내는 학교 식당 주방장으로 일하며 돈을 모았지만, 두 아들(27·19세)을 뒷바라지 하느라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올해 6월 인력소개업자가 건설업체로부터 받아둔 근로자들의 임금을 들고 도망친 뒤에는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일을 주던 소개업자가 도망치자 밥줄도 끊겼다. 새벽 인력시장에서 허탕치고 돌아오는 일이 반복되자 그는 집안에 틀어박혀 살기 시작했다. 무료급식소에서 얻은 한 끼를 반만 먹고, 남은 반을 봉투에 남겨와 또 한 끼를 때웠다. 이런 곽씨가 기댈 곳이라곤 요셉의원밖에 없었다.

15년간 무료진료를 하며 수많은 ‘막장 인생’을 대해온 선우 원장도 곽씨를 보고 몸서리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병원비가 두려워 스스로 상처를 꿰매는 이웃이 존재하는 곳이 2004년 우리나라입니다.”

(최규민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min4sall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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