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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동안 고향을 찾는 귀성객의 행렬이 전국에 줄이었다. 주차장으로 변한 고속도로에서 짜증나는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고향집에 들어서면 그 모든 게 일시에 눈녹듯 사라진다. 바로 고향의 힘이다.
전통가옥을 찾아가면 그런 고향집의 따스함과 향수를 느낄 수 있다. 안동시 임동면 수곡리에 있는 수애당은 한옥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전통생활체험관으로, 마땅히 찾을 고향이 없는 도시인들에게 멋진 고향의 기억을 만들어준다.
안동시내에서 임하댐을 향해 가다가 댐 입구에서 갈라지는 34번 국도를 타고 영덕, 청송 방면 이정표를 따라 달리면 오른쪽으로 임하호를 가로질러 놓인 수곡교가 보인다. 그 다리를 건너자마자 만나는 큰 규모의 한옥이 바로 수애당이다.
임하호의 물결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곳에 위치한 이 건물은 수애 유진걸이 1939년에 지은 집이다. 건축주의 호(號)를 따 당호(堂號)를 수애당이라 하는데, 조선말기의 건축양식을 잘 보여준다. 원래는 임동면 수곡리 612번지에 있었으나 임하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처하자 지금의 위치로 이건됐다.
집안으로 들어서기 전 도로쪽으로 면한 긴 토담이 먼저 눈길을 잡는다. 흙으로 만들어진 토담에 네모난 돌멩이로 규칙적인 문양을 넣은 모습이 마치 현대미술 작품을 보는 듯하다. 남향에 있는 대문채를 들어서면 다시 또 담장으로 구획된 장방형의 행랑마당이 나타난다. 담장 사이로 난 중문을 들어서면 그 때서야 一자형의 정침과 ㄱ자형의 고방채가 안마당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하고 있다. 고방채는 12칸 규모이고 정침은 정면 7칸, 측면 2칸 규모의 팔작기와집이다.
설을 막 지나서인지 안마당에는 널뛰기, 투호 등 민속놀이시설이 여기저기 모습을 보인다. 평소에도 이 곳에서는 제기차기, 윷놀이, 팽이치기, 절구찧기, 새끼꼬기 등의 민속놀이가 이뤄진다. 전통생활체험관으로 지정된 만큼 수애당에서는 한지공예 접시 만들기, 솟대 만들기, 다도, 천연염색 등의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뜨끈뜨끈한 온돌방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경험은 무엇에 비할 데 없다.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펴 데운 방은 아랫목 자리가 거뭇거뭇하다. 한지를 바른 벽지와 문풍지, 색동이불이 한쪽으로 얌전히 개켜져 놓였고, 감물을 들인 베개며 아기자기한 한지공예 소품 등은 전통가옥의 멋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부엌과 화장실은 최대한 외형의 변경없이 현대식으로 수리해 이 곳을 찾는 이들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마루에 올라서면 임하호반의 물안개며 그림같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잔디가 깔린 마당을 거느린 이 곳 수애당을 찾는 사람들은 가족 단위는 물론 단체 MT나 워크숍 장소로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큰방 3개, 중간방 3개, 작은방 5개 등 모두 11개의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다. 원하는 사람에 한해 식사도 제공하는데, 예약하면 고급 상차림도 가능하다. 단체손님에게는 전통적인 가마솥밥과 함께 계절에 따라 토속적인 음식을 유기에 담은 상차림을 선보인다. 054- 822-6661
*가는 요령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안동시내로 진입한다. 34번 국도를 따라 청송·영덕방면으로 향하면 안동대학을 지나 ‘진보 16km’ 이정표를 보면서 우회전해 수곡교(임하댐를 가로지르는 첫 번째 다리)를 건넌다. 수곡교를 건너자마자 보이는 우측 도로변의 큰 한옥집이 수애당이다. 안동시내에서 수애당까지 30분 내외.
